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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영수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02-1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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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더 포스트'의 위기
저널리즘의 '별의 순간'을 꼽으라면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임을 끌어낸 워터게이트 사건일 것이다. 1972년 6월 17일 워싱턴 워터게이트 건물 내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괴한들이 침입했다. 이 좀도둑 사건의 맥락을 바꾼 언론이 워싱턴포스트(WP)다. 수사당국 내부고발을 바탕으로들의 발로 뛰는 취재가 시작됐다.그해 10월 10일 WP 1면에 'FBI, 닉슨 보좌관들 민주당 방해 사실 확인'이라는 특종이 실리며 공화당 소속 닉슨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이 조명됐다. 칼 번스틴·밥가 쓴 기사에는 "허구이자 황당무계함의 집합"이라는 백악관 반박이 달려 있다. 그랬던 백악관 주인은 1974년 직을 내려놓는다.언론의 감시견 역할을 각인시킨 WP가 최근800명 중 300명 이상을 줄였다고 한다. 특정 매체의 기우는 가세에 오지랖을 떨 생각은 없지만, 동종업 종사자로서 착잡함이 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기자가 줄어든다는 건 당신이 읽는 뉴스에 '책상머리 기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현장에 덜 나가고 사무실에서 머리로 보도량을 채워야 한다. 본문과 제목에 조미료가 넘치는 기사는 언론의 신뢰 위기를 재촉한다.추락하는 WP를 설명할 때 억만장자 소유주 '제프 베이조스'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편집권 집안싸움은 논외로, 그가 세운 아마존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 영화를 개봉했다. 멜라니아가 만든 콘텐츠를 거액에 사들이는 방식. 판권료 중 2800만달러(420억원) 상당이 멜라니아 개인 몫으로 추정된다. 어느 나라의 반클리프 목걸이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2013년 베이조스가 WP를 인수할 때 '사업인가, 자선인가'라는 물음표가 달렸다. 지금 보니 둘 다 아닌 것 같다. 비유하자면, 불편한 카톡 메시지를 '조용한 채팅방'에 가두는 갑부의 작은 수고랄까. 입바른 소리보다 입에 발린 소리를 찾는 게 자본·정치 권력의 속성인데, 어디 미국뿐이겠는가. [이재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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